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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

필름사진, 무보정 사진에 대한 진실.

여기 두 장의 사진이 있다.

어떤게 보정사진일까?



Canon | Canon EOS 5D | 1/640sec | F/8.0 | 105.0mm | ISO-100 | 2018:12:22 08:58:28


Canon | Canon EOS 5D | 1/640sec | F/8.0 | 105.0mm | ISO-100 | 2018:12:22 08:58:28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보정사진이다.

첫번째는 찍은 원본이고 두번째는 자가보정사진이다.

예시는 DSLR롤 찍은 사진이지만,

필름스캔한 사진도

왼쪽이 필름스캔본이고 오른쪽이 자가보정사진이라고해도

결론은 똑같다.

왼쪽 오른쪽 모두 '보정된' 사진이란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이제 설명해보려한다.

***

뜬금없이 보정, 무보정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지금부터 말하는 모든 내용은 어떤 방식으로든 필름 사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가장 기초적인 지식으로

모르고 말할 수 있는거 아니냐? 라는 말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스스로 창피한 일인지 알려주고 싶은 맘에서이다.

답답했다.

인스타를 보면서

필름 스캔한 사진을 무보정 사진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며 당당히 태그나 멘트를 넣어가며 올리는 상황이

얼마나 무관심으로부터 나오는 알지못함의 산물인지,

당장이라도 댓글로 써서 알려주고 싶다가도

그냥 그런대로 즐기는거지~라고하면 할말은 없다.

또 내 앞에서 이 필름카메라 색감이 좋네 저 필름카메라 색감이 좋네라는 어이없는 멘트에 저격당하면서

뭐라 말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대답해주기 귀찮으면 이 포스트 보고 알아갔으면 하는 맘에서 쓴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필름 사진을 어떤 방식으로 즐기던지간에 가장 기초인 부분이다.

벼를 쌀나무라고 말하는 꼴이나 다름없으니 이것만은 꼭 알고 필름카메라를 즐기든 업으로 하든 했으면 좋겠다.

필름 카메라에는 색감이란게 없다. 있어도 구분하기 힘들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결과물의 색감이나 느낌을 결정하는 99%는 필름이다.

1%가 렌즈의 특성이다.

그 1%가 구분될만큼 전문적으로 필름을 사용하진 않으니 신경은 끄자.

즉, 필름이 색감을 결정한다.

가끔 이런 멘트를 듣는다.

후지 카메라 색감이 맘에 들고 라이카 카메라 색감은 내 취향이 아니더라.

이건 벼에서 나오는 쌀은 맛있는데 쌀나무에서 나오는 쌀은 맛이 없다는 어이없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어떤 카메라를 쓰던지간에 색감차이는 어떤 필름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카메라는 색감에 단 0.1%도 관여하지 않는다.

색감의 99%가 필름이 결정한다.

어디가서 필름카메라 얘기하며 후지 카메라 색감이 좋더라~ 니콘 카메라 색감이 좋더라~ 이런 말만은 하진 말자.

두번째,

당신이 필름으로 찍고 스캔사진을 받았다면!

무보정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스타를 보면 필름스캔 나왔는데 사진 올려요~ 하면서 #무보정 태그를 달거나 무보정으로 올려요~라는 멘트를 쓰며,

무보정 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꽤 많다. 이런 사람들이.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필름 사진을 스캔해서 받았다면 무보정 사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스캔 받은 원본? 그거 스캔 기사가 보정해준거다. 보기 좋게 노멀로.

필름 사진에서 원본이란 현상된 필름 자체이다.

스캔을 뜬다는 것은 이 필름을 가지고  jpg 파일로 변환하고 압축해서 우리가 휴대폰이나 컴퓨터, 웹상에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 스캔 과정 상에 JPG 파일은 스캐너와 스캔을 하는 기사의 주관적 자동 보정이 들어간다.

즉, 이미 스캔을 뜨는 과정상에서 후보정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이게 왜 후보정이냐면,

스캔한 결과물을 받아본 그 필름을 가지고 다른 스캔 업체에 가서 스캔을 받아보면 답이 나온다.

그게 무보정 원본이라면 다른 스캔 업체에서 스캔 받은 파일도 똑 같이 나와야겠다.

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스캔이 받아질 것이다.

왜?

스캔 받은 사람과 스캐너가 다르니까.

즉, 누가 어떤 스캐너로 스캔을 받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본 보정(노출, 색감)이 반드시 들어간다.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똑 같은 사진을 주변 지인 A와 B한테 보정해달라고 해보자. 결과물은 다르다.

필름 사진도 필름이라는 원본만 존재할 뿐,

스캔을 받은 사진이 원본이 아니다.

스캔을 업체에 맡겼다면 그거 남이 이미 보정해 준거다. 

그러니깐 스캔 받은게 원본이라고 착각하고 인스타에 '무보정으로 올려요~'라고 쓰면 

참으로 난감한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인데 몰라서 그럴수도 있지~ 그냥 즐기면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실을 말해주기도 싫다.

모르는게 자랑은 아닌데 그냥 모를래~라고 하면 더욱 알려주기가 더욱 싫다.

모르면 알려고 하고 잘못된게 있으면 고쳐야 된다.

지식이란게 그렇다. 알면 알수록 더 나아간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모르고 즐기면 빈머리 뜨거운 가슴만 된다. 그러진 말자.

필름 사진은 업체에 현상, 스캔을 맡겼다면 내가 보정을 안했을 뿐이지 남이 이미 다 해 준 것이다.

그 댓가로 돈을 지불한 것이다.

당신이 필름으로 찍은 사진이 노출을 맞게 찍었든 말든 스캔 기사는

일단 보기 좋게 스캐너로 자동값을 먹이거나 노출보정을 먹여서 스캔해준다.

그 사람도 그 댓가로 돈을 받았으니까.


자! 여기서 또 한가지 첨언하자면,

이와 비슷한 경우로 DSLR로 찍을 땐 망으로 나오던 사진이

필카로 찍으니깐 잘나와! 와우!

무슨얘긴지 슬슬 느낌이 오시는가?

필카로 찍으면 실력이 늘어서 혹은 필카에 무슨 장치가 있어서 딱딱 잘나오는게 아니다.

당신이 현장에서 리뷰도 안되는 필름사진을 망으로 찍든 잘 찍든

스캔기사가 보기좋게(잘찍은것처럼) 보정해서 스캔작업을 해 준 것이다. 돈 받고 해주는 거니깐!

그래야 클레임이 안들어 오니깐.

찍은 그대로 스캔해서 내보내면 그 업체 망할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름 좀 버리지 말자!

왜인지는 지금까지 했던 말의 핵심인데

필름 사진에선 필름이 원본이다.

원본을 버리면 그 사진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스캔받은 파일은 버려도 필름은 애지중지, 필름 파인더 북 1~2만원짜리 사서 잘 좀 보관해 두자.

요즘은 스캔업체에서 필름북 서비스도 해준다.

사실 300~5000원 주고 스캔 받은 이미지 사이즈가 얼마나 크겠는가.

기껏해야 1메가픽셀 전후이다. 100만화소 언저리란 얘기다.

요즘 폰카며 DSLR이며 10메가(천만화수) 넘은지 옛날이다.

필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스캔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심혈을 기울여 '과거'에 찍은 그 사진!

필름을 버리면 다시는 그 사진을 다시 볼 수 없다.

제발 현상한 필름 잘 보관하길.


이상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만나는 필름유저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아주 짧게 요약해 봤다.

요즘 즐기는 필름 유저는 많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즐기기만 하다가

정작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시간이 지난 뒤 필름사진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기 시작할 때 그땐, 이미 늦는다.

즐기는 곳에도 최소한의 관련 지식은 필요하다고 본다. 스스로를 위해서. 그게 필름 사진이라면 더욱 더.